
그동안 나에겐
세차는 세차장에 맡기거나
자동세차에 들어갔다가 대충 말리거나
주유소에 달려있는 세차장 아저씨가 세차 터널에서 나온 차량을 걸레로 잘 닦아주면 거기로 늘 다녔다.
아니면 남편에게 부탁하거나?..였다..
그러던 내가 세차에 진심이 되었다.
신기하게 차를 닦으면서 도를 닦는 느낌이 든다.
지난 3월, 점점 침울해지는 나를 위해 큰 물건을 하나 샀다.
온전한 기분 전환을 위해서 "맘에 쏙드는 차"를 산 것이다.
시쳇말로 하차감이 좋은 차다. 물론 그렇게 비싼 차는 아니다.
하지만 내 기분을 바꾸기 위한 용도로는 훌륭했다.
게다가 질주본능이 있는 나에겐 멋지다.
고속도로에서 질주하고 픈 나의 욕망을 온전히 다 받아준다.
핸들이나 바퀴의 흔들림이 없다
쭉 간다... 그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차를 바꾼 것을 들은 나의 지인이(이 사람은 세차에 진심으로 진심이다..)
나에게 세차 용품들을 꼼꼼하게 보내줬다.
깔끔하게 생긴 양쪽에 손잡이가 있고 뚜껑을 열면 가득 세차 용품이 들어있다.
나는 처음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몰랐다.
세차가 그렇게 복잡하고 힘든 건지 몰랐다.
세차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세차 용품을 사용해서 어떻게 세차를 하는지 순서가 적혀있는 리플렛도 들어 있었다.
아!~ 지금은 그게 없어도 잘하게 되었다. 보관을 해놓을 것을 그랬다.

누군가 세차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요즘 여러날 눈이 왔었기 때문에 나는 하부세차도 해주었다. 하부세차는 매번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눈이 온 후에는 반드시 해줘야 한다.
먼저 세차장 한 자리에 파킹을 하고 세차장 카드에 충전하러 간다. 오늘같이 따뜻한 주말엔 세차장이 몹시 붐빈다. 자칫하면 대기를 해야 되니 비어 있을 때 일단 세차칸에 넣는다. 그리고 충전을 해온다. 10,000원을 충전하면 11,000원을 넣어준다. 그런데 카드는 실속이 있을 수도 있고 낭비가 될 수도 있다. 2인 1조일때 세차 카드가 유용하다. 30초 남으면 자동으로 결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혼자서 하면 카드를 정지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오늘 11,000원을 다 쓸 생각을 하고 여유롭게 갔기 때문에 그냥 카드를 사용했다. 동전을 바꿔서 넣는 일도 고무장갑을 낄 때는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1. 카드를 꽂고 하부세차를 누른다. 하부세차는 3분인가 밖에 안준다. 2분인가? 아무튼 카드를 꽂아두고 하부세차를 한다.
2. 다음으로 고압세차건으로 차량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들을 떼어낸다. 나는 차량 전면부를 먼저 뿌리고 왼쪽면으로 가서 바뀌를 꼼꼼히 닦는다. 옆면이 다 되면 차의 윗면-뒷면- 다시 반대편 옆면을 한다. 왔다갔다 하지 않고 순서를 지킨다. 고압세차건의 줄이 꼬이거나 마음대로 안움직여 애를 먹는 일이 있었는데 이제 요령이 생겨서 등에 걸고 한다. 옷을 더럽히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젠 아예 세차할 때 입고 가는 옷이 있다.
3. 폼건으로 동작 스위치를 바꾼다.(이런 걸 바꿀 때 2인1조가 좋긴 하다..) 그럼 거품이 멋지게 뿜어져 나온다.

4. 폼건을 뿌리면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슬쩍 보고 30초가 되기 전에 카드를 뺀다. 안그럼 또 돈을 먹기 때문이다. 폼건으로 뿌리고 걸레로 거품목욕을 제대로 시켜야 되기 때문에 몇 분 오염이 녹아내리도록 놔둔다. 그리고 나서 손에 끼워서 거품을 문지르며 오염을 제거하는 곰발바닥같은 걸레가 있다. 그걸로 차 전부를 닦아준다. 팔이 잘 안닿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곳은 패스... 몸에 거품이 막 튄다. 할 수 없다.
5. 다음으로 휠&타이어 세척제를 휠에 꼼꼼히 뿌린다. 조금 지나면 무섭게 붉은 물이 흘러내린다. 하필이면 붉은 색이다. 처음엔 가슴이 콩당거리기까지 했다. 휠에 얼룩이라도 생길까봐.. 그리고 순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폼건 후에 걸레질을 안하고 휠세척제를 뿌려서... 구멍난 걸레빠는 대야에 물을 받아서 뛰어다니면서 물을 뿌린 적도 있었다. 이거야 말로 "뻉이치기?"빨리 닦지 않으면 얼룩이 진다는 경고를 들었기 때문에 맘이 바빴다.
폼건 후에 걸레질을 하고 나서 바퀴 4개를 돌아가면서 뿌리고 나서 솔로 꼼꼼히 닦는다. 순서를 잘 지킨다. 먼저 뿌린 놈을 먼저 닦는다. 이제 한결 여유가 있다.
6. 다시 고압세차건이다. 3,000원 정도 쓸 생각을 하고 꼼꼼히 세차건으로 거품을 제거한다. 바퀴와 휠에 꼼꼼히 물을 쏜다.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거품이 남아있다. 거품이 남아 있는 것 만큼 찝찝한 게 없다. 2,000원 기본으로만 할 때 가끔 거품이 남은 적이 있었다. 여유있게 바퀴에도 거품이 남지 않게 했다. 30초가 되기 전에 카드를 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 50초 정도 여유가 있었고 바퀴와 차량 앞 부분과 와이퍼 아래쪽을 마무리 했다. 완벽하다
7. 바닥에 거품이 많이 남아있어서 일단 차를 빼는 게 좋을 것 같다.
실내 세차를 하는 자리로 이동을 했다. 물기를 닦아 주는 엄청 큰 걸레를 꺼내서 물기를 닦았다. 걸레를 척척 던져서 잡아당기면 물기를 닦아준다. 재밌다. 물기를 꼼꼼히 닦아주고 물왁스를 하기 전까지 조금 말리는 동안 실내 세차를 하기로 한다.
8. 걸레를 빨았다. 거품 걸레와 물기 닦는 걸레를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빨래판에 문지르고 대야에서 헹구기를 반복한다. 탈수기가 고장나서 사장님을 불렀다. 왜 안되는지 몰랐는데... 어쨌든 사장님이 해결을 해주고 가셨다. 걸레 탈수를 해서 일단 빨래줄에 걸어놓았다. (겨울이라 마를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 널었다.)
9. 타이어 광택제를 발랐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다. 반짝반짝 해지는 타이어를 보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생각보다 광택제가 오래 지속된다.

11. 막걸레를 하나 빨아서 휠을 손으로 꼼꼼히 닦았다. 휠은 세정제를 뿌리고 솔로 문지르고 고압세차건으로 물을 뿌리고 나면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어서 늘 걸레로 닦아줘야 한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제일 힘든 게 휠을 닦는 것이다. 뭔가 뿌리고 반짝 거리게 닦을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담에 찾아봐야지^^
10. 매트를 꺼냈다. 매트 세척은 세척기에 한다. 기본 1,000원인데 살짝 부족하다. 1500원을 들여서 세척하고 건조까지 돌려보려고 했는데 뒷자리 매트를 넣을 때 시간이 정지되어 그냥 꺼냈다. 다행히 앞좌석 매트 2개는 세척과 건조가 되었다. 이것들도 빨래줄에 걸어놓았다.
11. 실내 청소기를 돌렸다. 그래도 실내가 많이 더럽지는 않았다. 1,000원이면 적당할 것 같았다. 트렁크까지 청소기를 돌렸다. 남은 시간 에어건으로 먼지들을 제거했다.
12. 유리창 닦기. 유리창을 닦는 일은 특별한 일이었다. 유리는 깨끗이 닦기가 어렵다, 시간이 많이 든다. 그런데 지인이 사준 유리창 닦는 세정제는 탁월하다, 너무 잘닦인다. 강력 추천이다. (다른 용품들은 또 다음에 다시 공유해보겠다. 내가 산 건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특히, 다이소에서 산 손잡이가 달린 유리창 걸레도 있어서 실내에서 앞유리를 편하게 닦을 수 있다. 지금은 품절이 된 것 같아 아쉽다. 덕분에 유리 양쪽을 싹싹 잘 닦았다. 개운해~!

13. 실내 인테리어 세정제로 내부를 열심히 닦았다. 실내가 가죽과 플라스틱이 혼재되어 있는데 가죽 부분은 오늘 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부분을 반짝이게 닦았다. 맘에 든다.
14. 이제 마지막으로 물왁스를 했다. 마음같아선 고체왁스를 하고 싶지만 포근했던 날씨가 밤이 되면서 조금 쌀쌀해지고 있었고 벌써 세차를 온지 두시간이 되어 가고 있어서 조금 지치고 있었다. 수영강습을 하고 바로 온 탓이기도 하고...물왁스로 만족하기로 했다. 충분하다고 위로했다. 다음엔 낮에 고체 왁스를 해야지. 나는 고체왁스칠을 하는 게 뭔가 특별한 일인 것 같아서 좋다.
세차~ 끝!!!!


세자에 진심이 된 이후...물건을 아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알게 됐다. 들여다보고 만지고 닦으면서 점점 더 아끼게 된다. 세차를 내가 하지 않을 때는 차가 긁히고 더럽고 한 것 들이 나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내 손으로 닦고 보고 하니까 조금이라도 긁히면 속상하다.
그래서 하물며 차도 이런데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사람을 아끼면 그 사람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그리고 그걸 느끼는 나는 또 얼마나 보람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마음이 심난할 때 이 노동은 뜻깊은 시간을 나에게 준다. 생각도 정리하고 또는 생각을 멈추게 하고 아끼는 내 물건이 깨끗해지고 그래서 보는 내 맘이 기쁘다. 나도 이제 세차에 진심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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