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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명소] 당분간 광덕산 가지말자..

떠남의 여유

by 리딩 라이프 2025. 7. 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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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으로 가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문_내려오는 방향에서 찍은 거다

 

2023년 11월 23일이었나? 

혼자서 광덕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넘어지다가 팔을 잘 못 디뎌서 손목뼈가 부러졌다.

뼈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해서

아직도 상처가 크게 남아있다.

평생 없어지지 않을 수술 자국,,,

 

이상한 병원에 가서 호되게 눈팅을 맞은 이야기를 쓰자면 하루종일 걸리겠지만 그건 패스...

깁스를 하고도 나는 광덕산을 자주 올랐다.

광덕산은 699m밖에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모두 계단이다.

나도 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몰입을 할 수 있어서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ㅋㅋ 

인근 대학의 히말라야를 등반했다는 모 교수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말이 도는 그런 산이다.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나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턴가 오른쪽 무릎에서 삐그덕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루이틀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점점 더 심해졌다.

나는 그래서 일년 전쯤 부터 일단 광덕산을 포기했다.

내가 너무 좋아하던 산이었지만 

영영 걷는 것 조차 안되면 인생 끝나는 거니 참았다.

그래서 헬스를 시작했다.

무릎 주변 근육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나서 처음 도전하는 광덕산이었다.

6개월동안 헬스를 했으니 

내 몸이 산에서 조금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를 했는데

왠걸....

물에 빠진 솜 같다..

이런 몸으로 올라갈 수나 있나?

5시 20분쯤부터 시작해서 

빨리 갔다 내려와야 어두워지지 않을텐데...

 

올라가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사람도 없고 곧 어둠이 오니

구지 정상에 갈 거 없다..

처음 나타나는 정자에서 다시 내려오자

넌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야.. 

무리할 것 없어.

 

라고 하지만...

아마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정상에 갈 사람이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광덕산은 초입 100여미터를 지나고 나면

바로 사람이 만든 계단이 나온다.

계단에 150개부터 50개 단위로 수량 표시도 되어 있다.

오백 몇개인 걸로 알고 있다.

나에겐 몇 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른쪽에 400이라고 써있고, 왼쪽엔 168이라고 되어 있다. 오른쪽은 올라가는 계단 수, 왼쪽은 내려오는 계단 수다.

 

숫자가 써있는 계단이 끝나자마자 숫자 없는 계단이 또 나나탄다. 크..

 

같이 올라가는 일행은 단 한명도 없다.

내려오는 사람이 한 둘 있었는데

눈을 안마주치려고 애썼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났다.

깜깜한 밤에 사람이 없어서 무섭다는 나에게 

깜깜한 밤엔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운 거라고 하셨었다...

여기서도 왠지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정자가 있다. 한 번 쉬는 곳으로 이용되는 곳이지만 나는 여기서 쉬어본 적이 별로 없다.

 

1차 목표는 여기서 내려가는 거였는데 

올라오다 보니 아직도 해는 긴 것 같고

걸을 힘도 남아 있는 것 같고

올라오면서 산 생수는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볼까 하며 정자를 지나쳤다.

 

주저함 없이 정상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가는 길에 혼자 등산을 온 중년의 남성을 보게 됐다.

지금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왠지 무섭기보다 안심이 됐다.

쓸데없는 동질감이 생긴 듯!!

광덕산은 정상까지 이런 길들로 이어져있다.

 

몇 년 전 이 정상을 50분만에 오르려고 거의 뛰다시피 해서 올라간 적이 있다.

프사도 그 사진으로 바꿔놓았는데 

최단 기록이 48분 02초였다.

물론 그 전에 더 빠르게 간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워치가 없었고 기록을 하려는 마음도 없었다.

나이를 먹고 몸이 예전같지 않기 시작해질 무렵?

자꾸만 기록을 당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봐야 오분 십분인데 기를 쓰고 올라갔다.

급기야 정상에서 숨이 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

나는 기록을 당긴다는 마음을 접었다.

산을 오르다가 그것도 무리를 하다가 죽는 것은 뭔가 개죽음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헬기장이었던 것 같은데 흔적도 없네,

 

헬기장이 두번 째 쉬어가는 곳이다.

아래쪽으로 벤치가 몇개 있다.

나는 여기도 패스했다.

사실 해가 언제쯤 질지 몰라서 마음이 급했다.

앉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거의 정상에 다다를 즈음 나의 심박수는 180을 향하고 있었다. ㅠㅠ

 

마지막 코스도 이렇다.

 

그래도 무릎을 생각하고 오랫만에 왔다는 것을 감안하며

무리하지 않고 걸었다.

천천히... 심지어 스틱도 2개나 가지고 갔다.

가방도 메고 등산화도 신고.. 완전 무장을 하고 갔다.

나름대로 사고 예방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덕산은 나를 숨차게 했다.

그것 때문에 오는 것이지만 

그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공사를 하려고 차단해놓았다. 이런!!!

 

저 기념비 앞에서 내 워치의 기록을 같이 찍는 게 

나의 루틴이었는데

공사때문에 진입금지 테이프가 쳐져 있다.

이런!!! 

그래도 정상에서 보는 경치가 좋은데 볼 수 없었다.

간신히 예전 포즈를 취해본다.

 

평소보다 14분이나 오바됨

 

그래도 정상을 찍었다.

스스로 대견해했다.

중년 남성이 없었다면... 이 광경을 보면서 야호를 외치고 싶었고

외치고 싶은 몇개의 단어가 떠올랐는데 

다 욕설이어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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