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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_영하 10도의 추위지만 따뜻한 발걸음이 필요한 곳

일상의 행복

by 리딩 라이프 2025. 2. 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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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카톡으로 날아온 부고...

나는 내 제자들의 애경사에 가급적 찾아가서 축하해주고 위로해주면서 살아왔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 애사는 더욱 마음이 쓰인다. 그 때 정말 많은 제자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너무 일에 몰두한다고 나무라던 엄마와 오빠들이 인정해줬다. 내가 제자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알겠다면서 장하다고 했었다. 그 이후엔 더더욱 찾아가서  위로해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고 나는 소식을 접하면 일단 어떻게 갈까를 궁리한다. 가지 못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얼마전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제자를 위로하기 위해 폭설이 내렸지만 파주에도 다녀왔다. 주변에서 너무 위험하고 먼길이라고 말렸지만 나는 마음이 움직여서 갈 수 밖에 없었다. 가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그때는 퇴근 후 왕복으로 5시간정도 운전을 해서 돌아오니 새벽 한시쯤이었는데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스스로 뿌듯했다. 걱정하던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했으니 흡족할 수 밖에...

오늘은 영등포역에 내려서 신길에 있는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곳은 폭설주의보가 일찌감치 내려질 정도의 재난 수준으로 눈이 내렸고 기온은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게다가 금요일이고 날씨도 궂어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걷고 하는 동안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칼날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가서 손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인천에 사는 제자 한나가 영등포역으로 마중까지 나와줬다. 멀리서 올라오는 선생님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싶은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다. 한나도 지난 5월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그래서 나와 같은 마음일거다. 지난 번 파주에는 이틀동안 장례식장에 가서 후배를 위로해준 한나...고마운 녀석이다. 

신길에 도착하니 지하 장례식장에 아주 작은 호실이었다. 10년동안 병상에 누워계시던 아버지였다고 했다. 내 제자가 맡아들이었다. 임종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제 찾아가서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하필 오늘이 그 녀석 생일이라고 한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아버지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려구요 한다. 매년 생일과 제사가 같으면 너무 슬플 것 같다면서... 그래.. 그래야지.. 했다. 생일때마다 생각나겠지만 생일날 제사를 지내는 건 아니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10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나을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계시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힘든 마음이 슬쩍이라도 스쳐갔을텐데.. 얼마나 괴로웠을까...

엄마는 강인하신 분으로 보였다. 10년동안 아픈 남편을 보살피며 가족을 다 감당하고 사셨으니 강인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실감이 나지 않으시고 장례를 치뤄야하니 정신을 붙잡고 계신 것이었을 게 분명하다. 먼길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는 어머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주책없이 내가 울게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되는 제자들이 모였다. 인천에서 안양에서 분당에서 미사리에서 애사에서 만난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한다. 내일은 누구누구가 오기로 했다는 것도 공유하면서 안심한다. 내일도 따뜻한 발걸음이 필요하므로..

그리고 대학 친구들이 꽤나 많이 와서 위로해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너무 안심이 된다. 사람...사람을 멀리 보낼때는 사람이 절실히 더 필요한 것 같다. 슬픔을 잠시 잊을 수도 있고 소리내어 슬픔을 다 내놓아도 걱정이 없다.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따뜻하게 손잡아주려고 온 사람들이니 괜찮다.

기억해주고 위로해주는 지인들에게 감사함이 물밀듯 밀려들었던 아빠의 장례식때 감동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제자 얼굴을 보기 위해 나는 기차를 한시간 뒤로 미뤘다. 다행히 적당한 때에 도착해서 잠시 인사를 나눌 시간이 되었다. 그것 또한 감사했다.

빠듯이 시간을 남겨 서둘러 용산역으로 갔다. 일반 기차는 차가 별로 없고 좌석은 아예 없었다. 그나마 한두개씩 자리가 남아있는 KTX를 탔다.

돌아오는 동안 제봉이에게 긴 카톡을 남겼다. 많이 슬프겠지만 하늘로 가신 아버지께선 남은 식구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기대하실거라고.. 그리고 엄마를 잘 챙기라고...너의 건강도 챙기고... 내 아빠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빠져있던 나에게 친구가 해준 말이었다. 그래..어딘가에서 영혼이 살아 숨쉬실 아버지들이 당연히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야 기뻐하시겠지...

추워서 더 따뜻하게 느껴질 발걸음이었을까.... 따뜻하게 손잡아주고 와서 나는 행복했다. 덕분에 다른 제자들의 안부를 직접 물을 수 있어서 덤으로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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