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직장때문에 두 딸을 대신 키워주실 분을 찾았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대전에서 작은 딸을 키워주시겠다고 했지만
직장 때문에 아이를 보지 못하는 것도 별론데
밤에 데리고 잘 수도 없다는 것은
엄마라는 내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에 2만원을 주고 광고를 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분들을
큰엄마, 큰아빠라고 불렀고
그 인연은 벌써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늘 아침 큰아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이른 새벽 부고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큰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상조물품을 좀 가져와줄 수 있냐고 하셨다.
노조에서 얻어보려고 연락을 했다.
다행히 챙겨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둘러 큰엄마께 가지고 가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오후 반가를 내고 가겠다고 하니
천천히 퇴근하고 오라고 하셨다.
아버님께서 어제 밤 돌아가셔서
오늘 하루 조문객을 받아야 하는데 빨리 가야지 생각했다.
여주장례식장이라서 거리가 좀 된다.
출근을 하자마자 오후 반가를 신청했다.
오전 9시 30분쯤 상조물품을 챙겨주겠다는 전화인가? 하고 받았는데
상조물품이 다 떨어졌다는 비보..였다.
하필 당일 노조원 누구의 직계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조물품은 달랑 한 박스가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한 박스를 이미 보내버렸다고 한다.
하필?
관리를 개똥?같이 한다고 욕을 했다.
도와주겠다고 했던 친구인데
나는 당장 해결해달라고 윽박질렀다.
나,, 또라인가? ㅠㅠ
아무튼 가져가겠다고 약속하고
빈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쿠팡을 검색하니 도착이 내일이다..쩝
나는 떠오르는 대로 주변 대학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요즘 대학들도 상조물품 제작을 안한다고 한다...
그렇구나....안하는구나..
친구들, 제자들, 동생들, 지인들...
내가 이런 이상한 부탁을 해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 내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마지막 카드처럼 큰오빠에게도 전화를 했다.
다들 전화해봐주고 걱정해주고
심지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까지 했다.
미안한 건 난데....
진짜 미안했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했다.
지역에서 많은 영향력이 있는 분에게
청양이라 다소 멀긴 하지만 ..
마지막 통화라고 생각하고 해봤다.
그런데! 왠걸
집에 있다고 하신다.
아버지 장례때 쓰시고 너무 많이 남아서 보관해두었다고 하신다.
와~ 이렇게 운이 나빴다가 좋아질수도 있는 거구나!~
찾아보겠다고 하시더니 금새 전화가 왔다.
충분하다고 중간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내가 청양으로 가도 되는데..
공주방향으로 있는 휴게소..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일월휴게소였나?
터널을 빠져나가서 바로 왼쪽에 나타나는 휴게소다.
나는 30분정도 걸린 것 같다.
휴게소에서 전화를 거니
곧 도착한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해서 앞으로 더 잘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들지경이었다.
큰 딸이 경주에서 사온 찰보리빵을 선물로 드려야겠다고 했다.
좋다~
곧 도착하셔서 박스를 옮겼는데
너무 많아서 박스가 무거웠다.
간신히 옮겨 닮고 인사를 했다.
인사를 드리고 찰보리빵을 드리던 큰 딸에게
지갑을 열어 용돈을 십만원이나 주신다.
앗!!!
이렇게 되면 나는 완전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도움을 받고 딸 용돈까지?
이 분은 무슨 날벼락인고.....
마침 오늘 대전의 전유전만년설한의원에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먼 길 가야 되니 서둘러 가라고 하시고
휴게소에서 반대로 돌아나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나는 동생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이 분이 병원에 가시면 잘해드리라고
한약 할인 혹은 덤? ㅋ
이미 동생이 공진단도 한박스 선물을 드렸다고 한다.
오... 이것은 무슨 윤회?같은 건가?
감사함이 돌고 돌는 것 같다.
엄청난 빗길을 뚫고 여주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큰엄마, 큰아빠를 위로해드렸다.
내 장황한? 이야기에 감탄감탄 하시면서 ㅋ
정말 다행이다.
내일 출근해서 나를 도와주려다가 나에게 봉변?을 당한 친구에게 사과를 해야지....ㅋ
세상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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