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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따뜻하다] 또 하나의 친정

일상의 행복

by 리딩 라이프 2025. 11. 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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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가 훌쩍 넘으신 우리 큰아빠의 어머님은 지금도 일을 하신다.

콩을 턴다고 하나..껍질에서 콩들이 나오게 하는 작업이다.

바닥에 막대기를 두고 그 위에다가 콩대를 두드린다.

아들의 일손을 덜어주시려는 고운 마음때문에 아침부터 오전 내내 저렇게 앉아서 일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도 정정하셔서 일을 하신다는 게 축복이다.

 

가끔 나타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지만 항상 반겨주신다.

(나는 일년에 두세번 정도 우리 큰아빠가 살고 계신 괴산에 간다)

시골까지 놀러와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심지어 밥을 차려주신 적도 있다.

그리고 내가 어머니를 좋아한다는 것도 아시는 것 같다.

직감적으로? ㅋㅋ

 

심지어 지난 번엔 큰아빠에게 용돈을 주시며 맛있는 것을 사주라고 하셨다. 

큰아빠가 감사히 받아서 괴산에 유명한 매운탕집에 가서 매운탕을 사주셨다. 

그 땐 진짜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가 된 자식에게 용돈을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야말로 정말 엄마였다.

귀하게 만들어놓은 고추장 된장을 주신 적도 있다.

 

이번에는 키운 깨로 직접짠 들기름을 한 병 따로 챙겨주셨다.

 

토요일에 김장을 하신다며

일요일에 놀러오라고 하셨다.

워낙 바쁜 걸 아시고 배려를 해주셔서 토요일에 와서 거들라고는 안하셨다.

나도 다른 일정이 없었으면 토요일에 가서 도와드리는건데.. 다른 일정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선물로 받았던 물건들을 챙기고
(캐나다에서 결혼을 한 둘째 딸이 잠시 여행을 나왔는데 혹시 귀국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 될지도 몰라서 챙겼다) 

결혼식을 캐나다에서 해서 초대를 받지 못해 전달을 하지 못했던 축의금 봉투와

혹시 아기가 있으면 아기 선물하라고 따로 용돈을 넣었다.

(아기 계획은 아예 없다고?? 흠...돈을 다시 꺼낼 수는 없는데...ㅋ)

 

아침 일찍 교회에 들렸다가 

요즘 핫 한 호두과자를 종류별로 잔뜩 사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가는 길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닭들을 만났다. ㅋㅋ

큰아빠가 닭을 잡아 백숙을 만들어주신 적도 있다.

불쌍하지만..어쩔꺼야 맛있는 걸...

닭장에 닭이 훨씬 많이 늘었다.

계란을 부화시켜서 세배정도는 늘었다고 하셨다.

 

와~ 매일매일 계란을 낳아서 꺼내는 재미도 쏠쏠~

나도 닭장에 들어가서 3알을 꺼내왔다.

삶아놓은 계란을 주셨는데 까서 잘라보니 노른자가 색이 마트에서 파는 계란과는 확연히 다르다.

정말 건강한 닭이 낳은 계란이다.

 

 

닭장 옆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김치통들....

저 중에 내 몫으로 담아두신 김치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의 인연이 거의 20년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큰딸 4살때 만나서 2년정도 봐주셨고

그 딸이 지금 25살이니 20년이 넘었구나!!

 

날이 좋을 때는 저 자리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쿠팡에서 제법 튼튼한 고기 굽는 화로를 사드렸다는 게 뿌듯하다.

큰아빠가 지금도 그 화로가 맘에 든다고 말씀하신다.

 

나의 몫은 무려 김치 3종..

배추김치 큰 통 하나, 총각김치 한 통, 석박지도 엄청 큰 통

신선알 18개...

(큰엄마가 나를 주려고 15개짜리 계란판에 담아두셨는데 내가 닭장에서 꺼내온 3개도 위에 올려서 비닐에 싸주셨다.)

그리고 점심에 먹으려고 한 찰밥, 밥이 되자마자 내 몫으로 그릇에 담아주셨다.

그리고 고구마, 감자, 무우, 서리태

모두 큰아빠와 그 90을 넘기신 어머니가 농사를 지으신 것들이다.

심지어 아침에 드시려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까지 다 담아주셨다.

 

거기다가 들기름!!!

 

바리바리 싸준다가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친정에나 가야 바리바리 싸주지..

나에겐 또하나의 친정인 셈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한가득 담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그 날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는 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앞으로 좀 더 자주 가야지.

 

참~ 큰엄마가 에비타 뮤지컬을 같이 보러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연락해봐야겠다~ 

언제 가실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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