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주간 집에 오지 못했던 작은 딸이
드디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징징 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성인이 되었는데 어른스럽게 지내야지.. 라고 말해주고 싶다가도
(그렇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삐지면 곤란)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이 뭔가 짠하다.(사실 난 이말이 너무 듣기 좋다)
엄마를 보고 싶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자꾸 언제 올건지 물어서 이번 주말엔 꼭 갈께 했다.
그런데 일정이 빡빡하다.
금요일 제자들이랑 골프대회를 했고
저녁에는 친구들이랑 1박2일로 모임이 있었다.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너무 과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집에 오니 무척 피곤했다.
그런데 신나서 그런지 집에 오기 전까지는 쌩쌩했다.
몸은 정신이 지배하는 게 맞는 듯...
토요일에 조금 일찍 내려오면 대구에 가려고 했는데
집에 오니 6시가 가까워졌다.
너무 피곤해서 오자마자 누웠다.
금새 잠이 들었다.
대구에 가는 건 불가능....
하루가 더 남았자나.
일요일 오후에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서 토요일 밤까지 쭉 잤다.
일요일 밤에 올라오는 기차표도 열심히 새로고침을 해서 예매도 했다.
오전에 교회를 다녀오고 헌금도 정리하고...(나는 재수가 없는 건가? 암튼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작은 딸이 요구한 거북이빵을 몇 개 사고.
대구로 출발했다.
점심도 굶고.
작은 딸이랑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해서 꾹꾹 참았다.
3시30분쯤 도착해서 학교 근처 갈매기살집에서 고기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고 무척 저렴했다.
셋이서 실컷 먹고 33,000원을 결재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말씀드렸다.
다음에 또 오라고 하신다.
기차를 타는 시간까지 뭘할까 하고 물으니
남자친구도 엄마를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기특했다.
안그래도 어제 종일 굶고 있는 딸아이를 위해서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햄버거를 사다줬다는 아이.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그래서 아빠를 자기집에 데려다 주고
작은 딸과 나는 차를 가지고 작은 딸의 남자친구를 픽업했다.
브런치카페 같은 곳에 가서 이야기도 하고 맛난 것도 먹자고~
아빠를 내려주고 작은 딸의 남자친구 집까지는 15분 정도 거리였다.
카페를 근처에서 찾았다.
꽤나 근사한 곳이었다.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가족단위로 정말 사람이 많았다.
온 카페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우리 학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만들어야 되는데...(아쉽다)
음료와 빵을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말 수가 없는 아이지만 묻는 것에 대답은 아주 예쁘게 했다.
서로 좋아서 손 잡고 있는 것도 예쁘게 보였다.
(그런데 얘들아~ 어른 앞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ㅋ)
다이소에도 가고 싶고
마트에도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럼 기차 시간 전까지 서둘러 다녀보자했다.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샀다.
변기 청소용 패드? 습기제거제, 필통, 파우치 등등 신나게 고르는 우리 딸..
아기때 생각이 났다.
이상하게 작은 딸은 울어도 예뻤다.
그런 느낌이랄까? ㅋㅋ
이번엔 마트~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햇반이랑 토마토 소스 김자반 같은 걸 샀다.
종량제 비닐을 많이 사려고 했는데
구가 달라서 나중에 사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센스있게 말해줬다.
동네가 달라서 안되는 거 아니냐고.
마트 아주머니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지만 패스~
꽤나 시간이 많이 흘러서 남자친구를 집에 내려주고
(다음엔 같이 꼭 식사하자고 했다)
딸이랑 마트에서 장본 것을 함께 정리했다.
내가 씽크대 배수구를 열심히 닦는 동안
(다른 곳은 꽤나 깨끗한데 배수구는 엉망이다...내가 너무 늦게 갔다..)
작은 딸은 천원짜리로 꽤나 예쁜 트리를 만들었다.

배수구를 깨끗이 닦아주고
다이소에서 산 배수구망을 씌워주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
우리는 격하게?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차주인에게 갔다.
다행히 차주인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기차역에 내려줬다.
다음 날 직원들이랑 함께 나눠먹을 대구별빛샌드 몇개랑 꽈배기를 사서 기차를 탔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내가 내려가야겠다.
행복한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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